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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Power Supply 품질관리

[제9편] 2000년 결산: 50만대 생산과 300ppm의 고객 품질불량률 달성

by The Fixer 2026. 5. 21.

1. 총경리를 비롯한 전 직원의 협조와 애사심으로 이루어낸 결과물

2000년 연말이 다가오면서 심양공장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습니다. 1999년 여름, 본사에서 발생한 품질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가슴에 품은 채 도망치듯 중국 땅을 밟았던 제가 이곳의 부총경리로 부임하여 현장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달려온 시간들이, '생산 수량과 품질 불량률'이라는 객관적인 성적표로 돌아올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영하 30도의 혹한과 영상 40도의 폭염을 견디며 공장을 이전하고, 작업자와 관리자들에게 교육훈련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부적합한 작업 방법은 개선시켜가며 열정을 다해 노력한 일들이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확인할 시점이었습니다.

 

마침내 2000년 한 해의 최종 결산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11개월의 공장 가동 시간 동안 심양공장에서 생산한 PC Power Supply는 총 50만 대였고, 고객사 공정 및 판매 이후 필드(Field)에서 발생된 품질 불량률은 '300ppm(0.03%)'이었습니다.

보통 PC Power Supply를 생산하는 업계에서 고객사 품질 불량률은 대형 불량을 제외하고 통상 1,000~3,000ppm 정도 발생하곤 합니다. 그에 비하면 300ppm은 대단히 우수한 품질 지표였습니다. 이 성과는 결코 혼자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총경리의 지시에 묵묵히 잘 따라와 준 심양공장의 중국인 작업자들과 중간관리자들의 유기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정직한 결실이었습니다.

2. 한해 생산량 50만대와 품질불량율 300ppm 달성 이면에 숨겨진 제조 공정의 원칙

1999년 여름, 본사에서 발생한 품질 사고의 책임을 지고 좌천되어 이방인처럼 중국 땅을 밟았던 제가 부총경리로서 할 수 있었던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었습니다. 수박 겉핥기식의 사전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기에, 매일 실제 제품을 양산해가며 부품을 만지고 삽입하는 현장의 기본 공정부터 원칙을 세우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PC Power Supply의 제조공정은 수삽입된 PCBAuto Soldering Machine에 들어가기 전, 젖음성을 높이기 위해 240의 용융 납 온도에 맞춰 Flux를 고르게 Spray하고 Heater로 예열을 거치는 과정, 그리고 출구에서 Fan으로 급랭시켜 납땜의 강도를 높이고 PCBA의 변형을 막는 일련의 제어들은 매일 치러야 하는 정직한 시험대였습니다. 2공정부터 8공정까지의 작업자들이 4단 이동대차를 이용해 서로의 작업 밸런스를 맞추어가며, Add Solder, Solder Short 제거, Cold Solder 보강, 미삽부품 재삽입, 부품 Lead 빠짐 수정 등 자신에게 배정된 구역을 육안으로 꼼꼼히 수정해 나갑니다.

 

이후 ICT(In Circuit Test)를 통해 전 공정의 불량을 다시 거르고, 불량 내용을 시트에 기록하며 수리 기사가 재검사를 치르는 과정, 그리고 완제품 조립 전 로스와 자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실로스코프와 디지털 멀티미터로 1차 기능검사를 수행하고 Case를 조립해 2차 검사로 이어지는 촘촘한 그물망은 현장 전 임직원의 고단한 연대의 결과물이었습니다.

3. Burn-in Test는 명검을 만드는 담금질, 그리고 책임의 무게

그중에서도 완제품 출고 전 실시하는 'Burn-in Test'는 제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양보할 수 없는 공정이었습니다. 이는 명검을 만들기 위해 쇠를 녹여 칼의 형태를 만들고, 망치로 두드리고 다시 가열하기를 수십 번 반복하는 담금질의 과정과 흡사합니다. 수백 개의 부품을 납땜하여 만든 전원공급장치(SMPS)50±5Burn-in Room Chamber에서 열적 충격과 AC On-off 충격 속에 2시간 동안 반복 노출하며 부품을 활성화시키고 단련시키는 이 과정은, SMPS 제조업의 본질이자 타협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었습니다.

PC Power Supply Burn-in Test Chamber

 

담금질이 끝나고 Auto TestManual Test를 병행하는 3차 최종검사를 통과하면, 제품에는 Designation 라벨이 붙고 검사자 개별의 불멸잉크 Stamp가 찍혔습니다. 이는 필드에서 불량이 발생했을 때 역추적을 통해 검사자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손을 거쳐 나가는 제품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증명하는 도장이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500개의 Lot가 형성되면 출하검사원이 무작위로 50개의 샘플을 발췌해 출하검사를 진행하고 성적서를 작성하여, 불합격 시 생산팀에서는 원인분석을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한 후 재검사를 진행시켰습니다.

 

이처럼 작업자에게 배정된 공정마다 명확한 관리 포인트가 지켜지고, 라인을 세분화하여 배치된 관리자들이 작업 지도와 품질 지도를 폭넓게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부총경리 한 사람의 독려가 아닌 전 직원의 애사심과 유기적인 협조가 시스템으로 안착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러한 모든 교육과 훈련은 강의실이 아닌, 제품을 직접 양산하는 생생한 현장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작업자와 관리자의 교육은 제품을 직접 양산하는 과정에서 병행해야만 그 효과가 극대화되고, 관리자의 실질적인 스킬(Skill)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철저하게 현장과 밀착된 양산 교육이야말로 심양 공장이 무수한 한계를 깨고 정직한 데이터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진짜 원동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