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향 글로벌 조명회사가 선택한 당사의 'LED Driver 외장형 LED Tube'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바이어의 검증이 끝나고 본격적인 주문서(PO)가 날아들기 시작하자, 시장의 수요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1. 주야, 주말의 경계가 사라진 24시간 풀 가동
본사 공장은 2014년 1월부터 북미 바이어의 거대한 주문 잔량을 맞추기 위해 즉시 2교대, 24시간 풀 가동 체제로 전환되었다. 공장의 불은 낮과 밤의 경계 없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꺼질 줄 몰랐고, 교대 시간마다 교차하는 직원들의 발걸음으로 현장은 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본사 라인을 풀 가동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일부 물량은 외주 협력사에서도 매일 야근을 시켜가며 물량을 밀어내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매월 바닷길로 실어 나른 물량만 무려 30만 개에 달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경이로운 대량 양산 궤도에 올라선 것이다.
이 시기, 본사 생산 라인은 이미 상주하는 각 부서의 수많은 관리 인력과 직원들 덕분에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따라서 품질 및 생산 리스크를 총괄해야 하는 나의 진짜 역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글로벌 공급망의 톱니바퀴들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어하는 일이었다.

2.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하는 두 가지 핵심 축
나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뉘어 숨 가쁘게 돌아갔다.
첫째, 중국 위해(威海) S사의 Driver 생산 관리:제품의 핵심 두뇌인 외장형 LED Driver를 생산하는 곳이었다. 물량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현지에서 단 하나의 품질 이슈나 자재 납기 지연이 발생해도 전체 공정이 마비될 판이었다. 본사가 수립한 타이트한 생산 일정에 맞추어 완벽한 품질의 Driver가 제때 입고되도록 원격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매일 아침을 여는 피 마르는 업무였다.
둘째, 국내 외주 협력사 및 원부자재 관리:국내에서 LED Tube를 최종 조립하는 외주 협력사들의 공정 트러블을 실시간으로 해결하고, 그곳으로 납품되는 수많은 핵심 원부자재 협력사들을 전방위로 통제하는 일이었다.
3. 단 하나의 부품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품질관리
외장형 튜브의 뼈대와 외관을 형성하는 2중 압출 PC Tube, 열을 방출하는 AL Bar, 양 끝단을 마감하는 G13 Cap, 그리고 제품의 심장인 LED Module PCB와 LED Module Bar에 이르기까지 부품 협력사들의 품질 관리는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1989년부터 SMPS와 조명 생산 현장을 지켜오며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다면, 부품 품질은 조금만 소홀히 해도 여지없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팩트였다.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중 단 한 곳에서라도 치수 불량이나 소자 매칭 오류 같은 미세한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그 여파는 도미노처럼 번졌다. 당장 그날 생산해야 하는 일일 목표 수량에 미달이 발생하고, 이는 곧 까다롭기 그지없는 북미향 글로벌 고객사의 '납기 차질'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품질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는 고가의 비용을 물어가며, 항공화물로 고객사에게 발송하는 경우도 있었다. 매월 30만 개라는 거대한 탑을 결점 없이 쌓아 올리기 위해, 단 하나의 부품, 단 한 줄의 공정에서도 한치의 착오도 허용하지 않으려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던 날카롭고 피 말리는 나날이 매일같이 지속되고 있었다.
4. 일본 바이어의 철두철미함 vs 북미 바이어의 합리성
이렇듯 매일이 전쟁터 같았던 숨 가쁜 나날 속에서도, 우리는 단 한 번의 납기 차질 없이 글로벌 고객사의 엄청난 물량을 묵묵히 싣고 또 실어냈다. 철저한 전방위 부품 통제와 공정 관리 덕분에, 다행히 북미 현지 사용 현장에서도 브랜드를 흔들 만한 특별한 품질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달린 결과, 2015년까지 우리가 북미 시장에 공급한 LED Tube의 누적 출하 수량은 600만 개를 돌파했다. 단일 라인업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600만 개 이상의 출고 고지를 밟았다는 것은, 품질 책임자로서 그간의 피와 땀을 보상받는 듯한 거대한 금자탑이었다.
물론 600만 개라는 방대한 물량이 깔리다 보니, 필드(Field)에서 간간이 소량의 불량이나 품질 문제가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북미 바이어들만의 독특하고 합리적인 비즈니스 성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만약 한국이나 일본의 까다로운 고객사들이었다면 필드에서 단 1개의 불량만 나와도 당장 연구소와 공장으로 들이닥쳐 원인 분석서와 대책서를 요구하며 담당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을 것이다.
일본 고객사중에 수년째 장기 거래를 하는 고객사가 있었다. 불량이 발생하면 불량 샘플을 보내와 분석을 해서 [고객불만 검토서]를 작성해 매번 보내지만, 2달에 한번 씩은 3명이 조를 이루어 본사를 방문하여 일본영업 담당자와 내가 대회의실에 모여 기 발송했던 [고객불만 검토서]를 다시 리뷰하고, 개선대책 내용에 대해서도 검증하는 절차를 가졌다. 일본 고객사의 품질관리 정책은 이렇듯 철두철미 했고, 이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분명했다.
반면, 북미 고객들은 확연히 달랐다. 그들은 '화재(Fire Hazard)'와 같이 인명이나 자산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대형 리스크가 아닌 이상, 일상적인 소량의 기능성 불량에 대해서는 굳이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쿨하게 넘어가 주었다. 수백만 개를 양산하다 보면 통계적으로 미세한 불량이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그들의 합리적인 마인드 덕분에, 피 말리는 양산 전선 속에서도 품질 책임자로서 기술적 방어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고 실무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14년의 폭발적인 질주를 지나 2015년의 정점까지, 우리는 북미 조명 시장의 핵심 공급사로 탄탄하게 자리를 굳혀가고 있었다.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2015년 10월. 본사의 24시간 풀 가동 소리와 함께 안정적인 승전고를 울리던 현장 너머로, 또 한 번 거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가 북미 전역에 판매했던 LED Driver 내장형 및 외장형 LED Tube의 총량(700만 개)을 단숨에 뛰어넘을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새로운 초대형 프로젝트'가 거대한 태동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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