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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Driver와 LED 조명의 품질관리

제5편. LA에서 날아온 30억 클레임, 현장에서 찾아낸 반전

by The Fixer 2026. 6. 1.

1. 폭발적인 수출물량 속 찾아온 불길한 전조

때는 2015년 초, 회사는 북미 글로벌 조명회사로 외장형 LED 드라이버(SMPS)를 적용한 LED형광등을 대량 수출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품질담당자로서 나의 하루는 산더미 같은 업무의 연속이었다. 24시간 2교대로 풀가동되는 자사 생산 공정 관리부터 PC Tube 압출 및 실크인쇄 협력사, AL 압출 BarCap 사출업체 관리, 그리고 중국 위해(웨이하이) S사 관리까지늘어난 검사 인력들을 챙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러던 중, 국내 고객사를 통해 미국 LA의 한 한국인 운영 업체로 납품된 'FA8 Base 8FT LED 형광등'에서 불량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두 개씩 돌아오는 반품이라 밀려드는 수출 물량에 치여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것이 거대한 폭탄이 되어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모른 채로.

 

2. 30억 클레임의 압박, LA행 비행기에 몸을 싣다

20156월이 되자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불량이 발생한 곳은 LA 소재의 대형 식품마트였는데, 불량률이 갈수록 늘어난다며 현장 방문 요청이 빗발쳤다. 공장 일은 한계에 다다랐고, 내가 직접 관리하던 중국 위해 S사 건 등 다른 직원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들이 겹쳐 버티고 버텼다.

그러나 결국 국내 고객사로부터 "합산 손실 비용 30억 원의 클레임을 청구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가 날아왔다. 제품 불량으로 인해 마트의 이미지 손상과 판매업체가 영업을 하지 못해 발생한 막대한 영업 손실 비용까지 모두 우리에게 얹어진 것이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20159, 나와 연구소 SMPS 개발담당자, 그리고 외장형 SMPS를 공급하던 전남 광주의 협력사 개발담당자와 관리부장까지 팀을 꾸려 무거운 마음으로 인천공항에서 LA향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 냉동고 같은 마트, 12시에 시작된 사투

LA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숨 막히는 일정이 시작되었다. 첫날은 고객사 해외영업 담당자와 설치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했고, 다음 날은 현지 LED 조명 판매업체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찬밥 대우를 받으며 "제품을 당장 다 뜯어가라"는 모욕적인 언사와 함께 30억 클레임의 압박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문제의 대형 식품마트는 밤 10시까지 영업을 했기에, 내부 정리가 끝난 12시가 되어서야 겨우 현장 진입이 허락되었다.식품을 냉장 진열하는 대형 마트의 내부는 들어가자마자 온몸에 오한이 들 정도로 차가웠다. 천정을 올려다보는 순간 내 눈앞은 캄캄해졌다. 매우 높은 천정 여기저기에서 우리가 만든 8FT LED 형광등이 깜빡거리며 점멸되고 있었다.

 

4. 불량에 대한 현상 확인, 위로 활처럼 휜 8FT LED 형광등

현장 공사를 담당했던 한국인 업자의 도움으로 전동 시저 리프트를 타고 마침내 높은 천정 위, 불량 형광등 가까이에 접근할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본 LED 형광등의 상태는 무언가 이상했다. 제품들이 수평을 이루지 못하고, 약속이나 한 듯 중간 부분이 산처럼 위로 솟아올라 휘어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LED 형광등의 중간에 '케이블 타이(Cable Tie)'가 묶여 있었다.

천정에 설치된 8FT LED 형광등을 살펴보는 사진자료

 

8FT(2.4미터)에 이르는 긴 LED 형광등은 시간이 지나면 아래로 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용 '처짐방지 브라켓'을 사용해 고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 시공업체는 브라켓이 없었는지, 임시방편으로 형광등 중간을 케이블 타이로 묶어 천정 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겨 놓았던 것이다. 그 무리한 압박 때문에 형광등 전체가 위로 활처럼 휘어버린 상태였다.

 

나는 가지고 올라간 니퍼를 조심스럽게 대고, 팽팽하게 당겨진 케이블 타이를 뚝 끊어냈다. 그 순간, 휘어 있던 형광등이 '' 하고 곧게 펴지면서 미친 듯이 깜빡이던 조명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고 밝게 점등되었다!

 

5. 30억 클레임을 무산시킨 품질의 정석(Root Cause 분석)

이 극적인 반전의 원인은 완벽한 '시공 불량'에 있었다. 양쪽에 두 개의 핀이 있는 G13 베이스와 달리, 이 제품에 사용된 FA8 베이스는 중앙에 젖꼭지 모양의 전극이 단 하나만 있는 싱글 핀 구조. 이 구조는 소켓 내부 접점과 강한 압착력으로 맞물려야만 통전이 된다.

그러나 시공업체가 중간을 케이블 타이로 강하게 잡아당기면서 지렛대 원리가 작용했고, 양 끝의 FA8 전극이 등기구 접점에서 미세하게 벗어나게 된 것이다. 양쪽 중 단 한 곳만 어긋나도 불은 꺼지게 된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대형 건물 특유의 '미세 진동'이었다. 마트 내의 대형 냉동 공조기 가동, 주변 도로를 지나는 대형 트레일러 등으로 인해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잔진동이 끊임없이 발생했고, 이 진동 때문에 간당간당하게 걸쳐 있던 접점이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깜빡임(점멸)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진동으로 인해 DC 전원이 순간적으로 쇼트(Short)와 오픈(Open)을 반복하자, 그 서지(Surge)성 데미지가 결국 외장형 LED Driver(SMPS) 내부의 소자까지 파괴하며 최종 불량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에필로그: 현장에 답이 있다

결국 최종 불량 현상은 LED형광등과 SMPS의 파손이었지만, 그 근본 원인(Root Cause)은 제품 결함이 아닌 '설치 방법의 심각한 오류(오시공)'임이 드러났다.

 

자칫하면 원인도 모른 채 독박을 쓰고 회사와 협력사 모두 침몰할 뻔했던 30억 원이라는 거대한 클레임. 하지만 품질담당자로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현장으로 날아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논리적으로 규명해 낸 덕분에, 우리 회사도, SMPS 협력사도 모든 책임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

 

LA에서 날아 온 거대 클레임을 방어해 낸 이 사건은, "모든 품질 문제의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닫게 해 준 내 인생 최고의 품질 방어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