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C Power Supply 품질관리

[제2편] 영하 30도의 심양, 현지 맞춤형 공정 최적화를 위한 첫걸음

by The Fixer 2026. 5. 12.

1. 심양 타오셴 공항, 전신을 파고드는 영하 30도의 칼바람

200021, 저는 드디어 중국 심양 타오셴 국제공항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비행기 문이 열리는 순간, 평생 처음 겪어보는 매서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당시 심양의 기온은 무려 영하 30.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은 앞으로 마주할 주재원 생활이 결코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서막과도 같았습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본사에서의 시련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중압감이 제 마음을 짓눌렀지만, 공항까지 마중 나온 주재원 동료와 짧은 인사를 건네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습니다. "오늘부터 이곳이 나의 새로운 일터이자 도전의 장이다.“

 

서탑 '현풍할매집'에서의 강렬한 신고식

심양 도착 첫날 저녁, 저는 본사 생산기술 팀장, 본사 동료였던 현지 총경리, 그리고 중국어 통역과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주재원까지 넷이서 심양의 코리아타운인 '서탑'으로 향했습니다. '현풍할매집'이라는 작은 고깃집에서 처음 접한 롱빈주라는 바이주는 강렬했습니다. 낯선 땅에 도착한 긴장감 때문이었을까요, 맥주잔으로 딱 두 잔을 마시고 저는 그대로 인사불성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심양에서의 첫 밤은 강렬한 신고식과 함께 저물어갔습니다.

 

2. 현장의 재발견, 불가피한 환경과 물류의 흐름

다음 날 정신을 가다듬고 도착한 공장에서 가장 먼저 살핀 곳은 생산 현장이었습니다. 당시 심양 공장은 본사 생산기술팀과 협력업체 담당자들이 혹한의 환경 속에서 밤낮없이 고생하며 기틀을 닦아놓은 상태였습니다. 다만 임대 공장이라는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생산 라인이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것은 당시 여건상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주재원으로서 마주한 물류이동 효율의 과제

품질과는 별개로 '물류 이동 효율' 측면에서의 개선은 생산 및 품질부문의 주관자인 저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이동 동선의 낭비를 줄이고 전체 공정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것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현지 인력들은 PC Power Supply 생산 경험이 전무한 신입사원들이었기에, 이들을 교육하며 현장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주재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3. 본사 시스템과 현지 여건 사이의 최적점, 실용적 설계의 힘

생산 현장에서 본사의 '풀 자동화 시스템'이 정답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심양 공장은 철저히 현지 여건에 맞춘 '실용적 운영 노하우'가 돋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이는 제가 도착하기 전, 본사 생산기술팀장이 현지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이미 최적의 상태로 구축해 놓은 시스템이었습니다.

 

특히 2시간의 테스트 시간이 소요되는 Burn-in 공정은 물리적으로 조립 라인과 Tact Time을 비슷한 속도로 맞추기 매우 까다로운 영역입니다. 생산기술팀장은 무리하게 본사의 자동화 방식을 복제하기보다, '수삽입부터 조립까지'의 핵심 구간을 완벽히 인라인(In-line)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시스템을 살펴보니, 이는 현지 인력 구조와 설비 효율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탁월한 설계였습니다. 주재원인 저의 역할은 동료가 고심 끝에 만들어 놓은 이 최적의 생산라인 현장에서 최고의 수율로 이어지도록 세밀하게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설비를 돌리는 것을 넘어, 그 설계에 담긴 의도를 현장에서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4. 본사 생산기술팀과의 공조, 최적의 레이아웃을 위한 협업

공정 개선은 주재원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동료인 본사 생산기술팀장이 새로운 공장 배치도(Layout) 설계를 전담하고, 구체적인 비용 산출과 본사 결재 과정을 묵묵히 수행해 주었습니다.

설계와 자금 확보가 완료되면, 저를 포함한 주재원들은 각자의 역할에 맞춰 실무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본사 동료들이 구축해 놓은 기반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불필요한 동선을 제거하고 작업자의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본사에서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최고의 품질 지표를 달성하겠다는 저의 집념은 심양의 겨울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3편 예고] 공정 개선을 향한 사투가 이어지던 중, 심양의 겨울이 가고 이번에는 영상 40도에 육박하는 대폭염이 찾아왔습니다. 냉방 시설조차 설치할 수 없던 열악한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열사병으로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밤을 지새우며 찾아낸 비책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